
짝꿍과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꼼장어가 생각났다. 예전에 맛이 좋은 꼼장어를 먹기 위해 공평동 꼼장어를 참 많이 갔는데 종각까지 귀찮아서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어디에 맛있는 곳이 있을까 조금 찾아보니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있는 참아나고꼼장어가 괜찮아 보여서 짝꿍 손을 잡고 룰루랄라 발걸음을 옮겼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은 편이다. 테이블이 여섯 개 정도 있던 것 같았다. 예상 외로 가족 단위로 와서 꼼장어를 즐기는 고객들이 많았다. 난 꼼장어를 어릴 때는 못 먹고 대학 가서 먹었는데. 두 자리를 제외하곤 전부 고객이 앉아 있어서 비교적 움직이기 편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 꼼장어는 양념/소금이 있고 소막창, 소갈비살과 닭발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거기에 추가 안주로 라면 짜글이와 볶음밥이 있다. 양념 하나 소금 하나 주문해서 먹고 싶었는데, 그렇게는 주문이 안 된다고 해서 담백한 맛을 잘 즐길 수 있는 꼼장어 소금구이와 함께 진로를 주문했다.


함께 나오는 밑반찬. 상추 겉절이가 굉장히 맛이 좋아서 몇 번 리필을 했다. 이 상추 겉절이 하나로 소주 한 병은 우스울 정도였다. 제법 많이 리필을 해서 미안했는데, 리필을 할 때마다 웃으며 주니 기분이 참 좋았다.

꼼장어가 나오기 전에 이렇게 마늘을 올려준다. 꼼장어는 매장 밖에서 숯불로 구워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이날 배가 좀 고픈 편이었기 때문에 반찬을 흡입하다시피 먹으며 꼼장어가 어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고운 자태를 보이는 꼼장어 소금구이.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생긴 것은 참 이상하게 생겼지만 맛은 정말 좋다. 대체 이렇게 징그러운 것을 어떻게 먹을 생각을 했을까. 옛 선인들의 이러한 현명한 식습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 마련이다.

소주는 이렇게 냉기를 잃지 않도록 제공한다. 저걸 만져봤는데 그리 차갑지 않아서 과연 보냉이 잘 될까 의심했는데 그냥 놔두는 것보다 보냉이 훨씬 잘 되었다. 오, 이런 세심함. 나 정말 마음에 들어요.

마늘을 올린 후 양념을 살짝 묻혀서 맛있게 냠냠. 아. 맛있다. 공평동 꼼장어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맛이 좋다. 꼼장어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곳에 갈 경우 꼼장어에서 잡내가 굉장히 많이 나기 마련인데, 그런 잡내가 전혀 없다. 고소하면서 담백한 꼼장어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중계동에서 꼼장어를 또 먹고 싶을 때는 다른 곳은 찾아 보지 않고 바로 이곳에 오리라 마음을 굳혔다.

꼼장어를 다 먹은 후 라면 짜글이도 주문했다. 짜글이라고 해서 돼지 고기 짜글이 같은 것을 생각했는데 라면 짜글이는 그냥 라면에 어묵이 들어간 것이었다. 난 라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국물과 어묵만 먹었고, 라면을 좋아하는 짝꿍은 맛이 좋다며 신나게 먹었다.

내가 좀 취해서 밥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볶음밥도 주문을 해서 먹었지. 적당히 매콤한 볶음밥을 먹으니 소주가 더욱 맛있게 느껴져서 결국 과음을 하고 말았다. 나중에는 라면 짜글이는 주문하지 않고 이 볶음밥을 주문해서 먹어야지. 중계동에서 맛있는 꼼장어를 먹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위치: 서울 노원구 한글비석로 242 1층 112호
최근 덧글